2015년 11월 21일 토요일

호빵이의 사촌 태리

오늘은 홍영이네 집에 갔다 왔다.

홍영이네 집에 가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태리였다. 2011년 우리는 태리의 출생을 미처 보지 못한 채 한국을 떴고 그동안에도 태리를 실제로 볼 일이 없었다. 그동안 그 녀석은 무럭무럭 커서 지금은 다섯살. 들려오는 얘기로는 말문이 늦게 트여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최근에 말문이 트여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문래동에서 실제로 만난 태리는 실제로 다소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또래와 비교해서 느려도 말이 너무 느리다. 지금도 문장을 겨우겨우 만드는 정도. 나나 소이씨의 다섯살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 더 놀라운 사실은 아직까지 기저귀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것. 오줌은 가리지만 똥은 기저귀에 싸고 비데를 하는 식이었다. 찾아보니 기저귀 늦게 떼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지만... 어머님 말씀이 기저귀 못 떼는 것은 백프로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태리는 무슨 스트레스가 그렇게 많을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홍영이의 어줍잖은 권위주의였다. 겉으로 보기에 홍영이는 태리에게 자상한 아빠였으나, 제수씨의 말에 따르면 상당히 권위주의적이고 태리에게 너무나 엄격하게 한다고 한다. 소름이 돋았다. 아빠가 우리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빠의 불필요한 권위주의와 어색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대표되는 가정교육 실패를 홍영이가 재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여 가슴이 답답했다. 홍영이나 아빠나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엄격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아빠는 3년간 학교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학생주임을 담당하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며 엄청 고생을 했다. 엄격? 그것도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엄격을 하나의 목표로 정하고 흉내내는 엄격은 애를 망치고 주위의 빈축을 살 뿐.

그래서 오늘 내가 얻은 교훈은 우리 호빵이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것. 호빵이에게 친근한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것. 사랑을 많이 줘야겠다는 것. 사랑이 없으면 엄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버릇을 가르치는 것도 애정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2015년 11월 12일 목요일

한국에서의 하루하루

이제 한국 일정이 딱 절반 지나갔다.

생각했던 것 만큼 한국에서의 일정은 쉽지 않았다. 아니, 쉽게 생각하고 방심하다가 완전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치명적인 실수와 못된 습관으로 인해 나나에게, 호빵이에게,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에게 못할 짓을.... 그 후 계속 노력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이번 일로 인해,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호빵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은 정말 축복이고 기쁨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긴장과 정신집중이 필요하다는 사실. 앞으로 정말 정신차리고 살지 않으면 안되겠다.

그렇지만 한국, 여기 용인에 와서 우리는 너무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어머니께서 너무 극진한 케어를 해주셨고, 나나와 호빵이는 미국에서 지친 몸을 쉴 수 있었다. 덤으로 나는 영양 상태가 너무 좋아져 하루하루 배가 나오고 있다. 엄마, 아빠도 나름대로 광주에서 지원사격을 해주셔서 정말 풍요가 무언지 실감하는 하루하루였다. 힘든 일도, 위기도 있었지만 난 여전히 우리가 여기 잘 왔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호빵이 소식을 올리자면, 여기 온지 얼마 안 된 11월 2일, 분당 제일 여성 병원에서 정기 첵업을 받았다. 비행기에서 몸에는 무리가 없었는지, 태반의 위치는 어떠한지, 그리고 한국 산부인과는 어떤 느낌인지를 보고 싶었다. 예상했던 대로 여기서는 모든 첵업에 초음파를 사용하였고, 우리가 기대하였던 초음파 동영상도 찍을 수 있었다. 호빵이가 움직이는 동영상은 경이 그 자체였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호빵이는 측정 당시 600그램이 넘었다. 그 뒤로도 폭풍 성장을 하고 있으니 지금은 750그램 정도 되려나? 이제는 점점 또렷한 태동을 보여주고 있는 호빵이가 대견스럽다. 초음파 속 호빵이의 특징은 역시 머리가 크다는 것. 측정 당시 23주였는데 머리 사이즈만 25주라고...ㄷㄷㄷ 눈두덩이 큰 것이 나를 닮은 느낌이지만 나나도 어렸을 때 머리는 컸다니 아직 모르는 일이다.

또하나 다행인 소식은 전치태반이 그리 심하지는 않다는 것. 여기 의사는 이 정도면 나중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다. 어찌 될지 모르지만 상당히 희망을 갖게 하는 진단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에서 산부인과에 간 보람이 있었다.

가끔 상당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나나 뱃속의 호빵이가 좋은 영양을 공급받으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주었음 좋겠다. 다음주 월요일 또 보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