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0일 일요일

성우에 대하여

한국에 가기 전 우린 성우와 카톡 하나 주고 받지 않았다. 그런 성우와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우리의 걱정 중 하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성우와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직장에서도 부지점장까지 승진했지만 성우는 여전히 성우였고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웠다. 난 착하고 유머가 넘치는 성우가 처남으로서 너무 좋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 성우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성우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새신랑으로서 자신의 결혼에 충실하려 하지만 그 결혼이란 게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성우가 왜 '결혼'이라는, '연진'이라는 선택을 했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미 그는 유부남이고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지만 그런 성우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맘, 어머니의 맘은 편할 리가 없었다. 우리에게 성우는 늘 특별한 친구였다. 그만의 여린 감수성과 독특한 세계는 성우를 더욱 성우답게 만들었다. 그런 성우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굳이 입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같은 유부남으로서 성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결혼 생활이란 어떤 남자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성우가 처한 어려움은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는 차원과 성격이 다르다.

선택은 온전히 성우의 몫이다. 우리는 성우의 취향이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그의 결혼 생활에 옆에서 분통이 터지고 있지만, 성우 본인은 묵묵히 자신의 결혼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연진이 엄마가 앵겨준 이백만원짜리 청소기가 마음에 안들자 나나가 추천한 핸디 청소기를, 연진이의 반대를 무릅써가며 구입한 다음 룰루랄라 청소를 즐기는 그의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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