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8일 월요일

March Madness 2

분만실로 옮긴 이후 나나의 자궁문은 점점 열렸고 진통또한 강해졌다. 임신 초기부터 에피듀럴은 절대 맞지 않겠다고 공언한 나나였다. 거기에 나는, 그래도 진통이 참을 수 없게 되면 맞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설전은 출산 당일까지 이어졌다.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면서 처음에는 그저 그렇던 진통이 점점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갔다. 자궁문이 7cm까지 열리도록 독하게 버틴 나나였지만 더 이상 버틴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3시경 나나는 드디어 에피를 맞았다.

마취과 의사를 위시한 의료진들이 들이닥치더니, 무균 상태에서 마취를 진행해야 한다며 보호자를 내보냈다. 한 40분 정도의 시간에 난 주차장에 내려가서 주차장의 구조를 면밀히 확인하고, 던킨 도넛에 가서 커피랑 도넛을 먹으려 했으나, 밤늦은 시각이라 도넛이 떨어졌음을 확인하고 커피도 단념했다. 터덜터덜 대기실로 올라와 앞에 올린 글을 쓰고 있으니 간호사가 와서 마취가 끝났다고 알려주었다.

다시 상봉한 나나는 한결 편한 얼굴이었다. 진작에 맞을걸 왜 참았을까 하는 이야기들이 오고간 것은 당연지사였다. 사실 그 이후 나나가 감당해야 했던 더 끔찍한 진통을 생각하면 에피를 안맞는 게 미친 짓이었다. 옛날 에피가 없던 시절에는 도대체 애기들을 어떻게 낳았는지 모를 일이다.







에피를 맞은 이후 편안해진 와중에도 자궁문은 점점 열렸다. 우리 둘 다 조금씩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8시 40분쯤 내진을 했고 9.5cm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진행을 촉진하기 위해 피넛볼이라는 땅콩껍질같이 생긴 풍선을 다리 사이에 끼우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다소간 정체기가 찾아왔다. 점차 강해져야 할 진통도 답보 상태. 답답한 지경이 10시 50분 우리의 히어로 Dr. Auger가 내진을 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 내진에서 우리가 알아낸 사실은 두 가지. 자궁문이 다 열렸다. 그리고 수영이는 뒤가 아닌 앞으로 보고 있었다. 일명 sunnyside-up. 이렇게 된 경우 난산이 되어 결국에는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Great Expectation 클래스에서 이미 배워서 알고 있었다. 당시 sunnyside-up이라는 말이 좀 웃겨서 모두 웃었는데, 그게 호빵이의 일이 될 줄이야.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했다. 힘주기를 하면서 호빵이를 아래로 내려가게 했고 Dr. Auger는 손으로 호빵이의 머리를 돌려놓으려 했다. 근데 이 호빵이 녀석은 완고했다. 그렇게 거꾸로 된 자세로 심지어 내려오지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나가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는 것이다. 두 차례의 머리 회전 시도와 수차례의 힘주기 끝에 Dr. Auger는 중대한 결단을 제안했다. 바로


제왕절개


일단 산모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고, 호빵이는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자연분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러한 설명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Dr. Auger의 어조는 침착하면서도 힘있고 강단있고 설득력이 있어서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상황이 그녀가 묘사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자연분만으로는 오늘 호빵이를 볼 수 없을 것 같고 그 전에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 같았다. 나나 나나나 모두 자연분만 외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나의 배를 열어서 호빵을 꺼낸다는 것은 또한 너무나도 큰 일이었기에. 하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없었다. 우리의 즉각적인 동의를 얻은 의료진은 순식간에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갑자기 더 많은 의료진들이 방으로 쇄도해 들어왔고, 나한테도 수술복을 챙겨주었다. 말그대로 수술이었다. 멘붕으로 정신을 절반쯤 놔버린 나는 다시 한 번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분만실을 떠났다. 수술 회복실에 짐을 내려놓고, 수술복을 허겁지겁 입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착용이 힘든지. 버벅버벅 삽질을 하고 있는 동안 견습생으로 와 있었던 한국인 의대생이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한국말을 잘 못한다며 서툴게 인사를 하던 그 분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러는 동안 침대째로 수술실로 옮겨진 나나는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는 호빵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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