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한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원래 11월 27일에 도착했어야 할 일정. 12월 9일로 늦춰지고야 말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비자에 대한 나의 착각. 난 DS-2019 연장을 비자 연장인 것으로 착각했고, 이 거대한 착각은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을 만나고서야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패닉과 비자를 연장하기 위한 생쇼는 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 비자 기한은 비자에 쓰여진 그대로인 것이고 그 기한이 끝나면 미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건 상식 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왜 나는 그런 상식조차 없었을까? 아무 것도 모른채 짐싸고 희희낙락하며 공항에 가던 내가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내 실수로 인해 나나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주위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어머니는 우리를 열흘이나 더 돌보셔야 했고, 성우는 한번 더 우리를 공항으로 실어날라야 했으며 광주의 엄마 아빠는 이런 아들을 둔 사실에 수치를 느꼈을 것이다. 나나는 이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으며 더 커진 배로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전화위복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연장된 기간동안 나나는 아버지의 등산복과 어머니의 부츠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여 효도를 했고 마침내 12월 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는 맨 앞자리에서 다리를 모두 뻗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이러한 것들이 나의 실수를 정당화하지는 못했다.
진정한 전화위복이라면 그 이후로 모든 일정을 집착적으로 꼼꼼히 챙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휴대용 수첩을 하나 사서 모든 중요한 사안들을 적고 있고, 하루에 구글 캘린더를 십수번도 더 들어가면서 할일들과 다가올 일들을 체크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나나의 출산, 나의 잡마켓과 졸업 일정은 특별 관리의 대상이다.
그나저나 시차적응이 안되서 큰일이다.
그랬구나.. 반성하고 노력해줘서 고마워용.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부모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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