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엊그제, 28일 월요일의 일이다.
나나의 신장 초음파를 찍으러 노스웨스턴 병원으로 갔던 날의 일.
초음파 찍기 전 지시사항 중에 예약시간 45분 전에 물을 왕창 마시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렇게 방광을 든든하게 채우고 이미지를 찍은 다음 그것을 완전히 비우고 다시 한 번 찍어서 비교하는 거란다.
근데 문제는 예약 시간인 2시 45분에 살짝 늦었더니 엄청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접수를 마치고서도 한 30분은 기다렸나? 그 사이에 나나는 화장실이 급해서 거의 반 기절할 지경.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초조해 미칠 지경. 왜 빨리 안부르냐고!!
드디어 나나 차례가 되어서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보호자는 같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나는 그냥 대기실에서 기다렸고 그 사이 나나는 예정대로 초음파를 찍었다. 초음파 촬영사는 똑똑한 여자분이었고 친절하게 잘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나가 임산부인지라 엎드리게 할 순 없어서 똑바로 눕게 해놓고 배를 통해 초음파를 찍었던 것이다. 따라서 방광을 찍을 때 뭔가 큰 머리가 살찍 스치는 것이.... 그렇다. 우연히도 호빵이가 잡힌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나나는 촬영사에게 "이거 우리 아이 맞죠?"라고 했는데 어이없게도 촬영사는 황급히 "아니에요!! 애기는 다른 위치에 있어요!!" 하며 애써 부정하려 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촬영실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고...
사실 나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향후 혹시 모를 의료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아기가 초음파에 비쳤던 것을 부정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방광과 자궁은 거의 겹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영상에 미친 것은 호빵이가 틀림이 없다고 나나는 확신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호빵이의 모습을 살짝 볼 수 있었으니... 내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귀여운 호빵이가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다.
어제 저녁에는 갑자기 아시아나 항공에서 인천-시카고 노선 특가가 떠서 냉큼 두 사람 표를 예약해버렸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한국에 가게 되어 얼떨떨하고 나나는 장거리 비행을 할 생각에 걱정부터 앞선다고 하지만 원래 여행이라는 것이 이렇게 즉흥성이 있어서 재미있는 것이다. 미리 계획한 것보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즐겁게 편안한 휴식을 즐기다가 왔음 좋겠다.
2015년 9월 30일 수요일
2015년 9월 27일 일요일
호빵이와 태동
이래저래 바쁜 한 주가 지나갔다.
호빵이는 점점 더 뚜렷한 태동을 보이며 힘차게 잘 크고 있는듯. 흐뭇하다.
인터넷에서 연애인들의 아이들을 보며, 블로거들의 아이들을 보며 호빵이는 이렇게 생겼음 좋겠다. 누굴 닮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호빵이가 태어나면 이걸 시켜야지, 저걸 해보게 해야지 하는 기대에 들떠있고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쿨하되 유행을 쫓지 않는 이름으로 지어야지 하는 고민도 해본다.
그렇지만 결국 호빵이가 태어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문제로 나의 고민은 귀결이 된다. 나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육아를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나나를 잘 도울 수 있을 것인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들.
신생아때부터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라 신경써야 할 온갖 것들이 머릿속을 휘젓기도 한다. 이 모든 고민 속에서 나는 얼마나 굳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이 작은 회오리를 만들며 지나가는 주말이다.
호빵이는 점점 더 뚜렷한 태동을 보이며 힘차게 잘 크고 있는듯. 흐뭇하다.
인터넷에서 연애인들의 아이들을 보며, 블로거들의 아이들을 보며 호빵이는 이렇게 생겼음 좋겠다. 누굴 닮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호빵이가 태어나면 이걸 시켜야지, 저걸 해보게 해야지 하는 기대에 들떠있고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쿨하되 유행을 쫓지 않는 이름으로 지어야지 하는 고민도 해본다.
그렇지만 결국 호빵이가 태어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문제로 나의 고민은 귀결이 된다. 나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육아를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나나를 잘 도울 수 있을 것인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들.
신생아때부터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라 신경써야 할 온갖 것들이 머릿속을 휘젓기도 한다. 이 모든 고민 속에서 나는 얼마나 굳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이 작은 회오리를 만들며 지나가는 주말이다.
2015년 9월 18일 금요일
태동
드디어 나나가 태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17일의 일이다.
정확히는 9월 16일, 어제부터라고 한다. 뱃속에서 뭔가 손가락으로 살짝 미는 느낌? 혹은 보글보글거리는 느낌? 아니면 기생충(?!)같은 게 움직이는 느낌? 그런 느낌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어떤 느낌일까? 내 뱃속에서 다른 생명체가 움직이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남자는 평생 가도 느껴볼 수 없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엄청난 진짜 기생충을 뱃속에 넣고 있지 않는한...
앞으로 호빵이는 더욱 자라고, 커지고, 강해질 것이다. 태동도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눈으로 보이는 태동을 한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그날이 기다려진다.
점점 호빵이가 존재를 드러내면서 신기하다는 느낌과 함께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늘어난다. 이제 정말 단어 하나라도 잘 선택해서, 호빵이 듣기 좋은 말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동이 일어난 기념으로 호빵이에게 동화를 들려주었다. 나나가 전에 주문한 나쁜 꿈을 무서워하는 아기 토끼 이야기. 나쁜 꿈에 당당히 맞서고 그것을 좋은 꿈으로 바꾸는 이야기인데 정말 태담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호빵이도 용감한 아이가 되길 빌어본다.
2015년 9월 17일의 일이다.
정확히는 9월 16일, 어제부터라고 한다. 뱃속에서 뭔가 손가락으로 살짝 미는 느낌? 혹은 보글보글거리는 느낌? 아니면 기생충(?!)같은 게 움직이는 느낌? 그런 느낌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어떤 느낌일까? 내 뱃속에서 다른 생명체가 움직이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남자는 평생 가도 느껴볼 수 없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엄청난 진짜 기생충을 뱃속에 넣고 있지 않는한...
앞으로 호빵이는 더욱 자라고, 커지고, 강해질 것이다. 태동도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눈으로 보이는 태동을 한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그날이 기다려진다.
점점 호빵이가 존재를 드러내면서 신기하다는 느낌과 함께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늘어난다. 이제 정말 단어 하나라도 잘 선택해서, 호빵이 듣기 좋은 말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동이 일어난 기념으로 호빵이에게 동화를 들려주었다. 나나가 전에 주문한 나쁜 꿈을 무서워하는 아기 토끼 이야기. 나쁜 꿈에 당당히 맞서고 그것을 좋은 꿈으로 바꾸는 이야기인데 정말 태담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호빵이도 용감한 아이가 되길 빌어본다.
2015년 9월 3일 목요일
Job Market
오늘 잡마켓 워크샵 첫 세션에 다녀와서 완전히 뻗어버렸다. 나나가 묻는 말에 대답도 못하고 골아 떨어진 후에, 리시빙룸 마감 시간 전에 겨우 몸을 일으켜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소포를 받으러 갔다.
상자 안에는 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 싸주신 것들로 가득. 그 중에서도 핵심은 한달을 걸려 손수 만드신 미숫가루였다. 그 맛은 그야말로 일품. 이제 출출할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생겼다.
밤에는 지금까지 나온 잡 포스팅을 정리했다. 언제나 처음 나오는 자리들은 아주아주 팬시한, 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그런 자리들. 그래도 왠지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아주 좋겠지 하는 공상 속에 빠져보기도 했다. 올해는 초반부터 유난히 텔레비전 미디어 관련 포스팅이 눈에 띤다. 걔네들이 나를 뽑아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넣어보기로 하고 그것에 맞춰 첫 커버레터를 썼다. 썼다기보다는 올 초에 사용했던 커버레터를 좀 손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2015-16 잡마켓에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호빵이가 나오기 전에 내가 무언가 되는 것은 아마도 욕심이겠지. 하지만 호빵이의 응원을 받아 선전하길 간절히 염원해본다.
상자 안에는 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 싸주신 것들로 가득. 그 중에서도 핵심은 한달을 걸려 손수 만드신 미숫가루였다. 그 맛은 그야말로 일품. 이제 출출할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생겼다.
밤에는 지금까지 나온 잡 포스팅을 정리했다. 언제나 처음 나오는 자리들은 아주아주 팬시한, 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그런 자리들. 그래도 왠지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아주 좋겠지 하는 공상 속에 빠져보기도 했다. 올해는 초반부터 유난히 텔레비전 미디어 관련 포스팅이 눈에 띤다. 걔네들이 나를 뽑아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넣어보기로 하고 그것에 맞춰 첫 커버레터를 썼다. 썼다기보다는 올 초에 사용했던 커버레터를 좀 손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2015-16 잡마켓에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호빵이가 나오기 전에 내가 무언가 되는 것은 아마도 욕심이겠지. 하지만 호빵이의 응원을 받아 선전하길 간절히 염원해본다.
2015년 8월 23일 일요일
무모한 도전
임신 중기가 가까워오면서 점점 임신이라는 사실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이 호빵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성별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호빵이의 이름을 뭘로 할까를 토의했고 아직 마땅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어제 나나가 육아에 대한 짤막한 글을 퍼다 주었다. 결론이 엉뚱하게 "아기를 낳자"는 식으로 난 글이라 좀 못마땅했지만 출생후 첫 수개월의 노동강도를 알려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글이었다. 두 시간마다 깨워서 수유하고 수시로 하루 열 번 기저귀 갈고, 씻기고, 그 와중에 수시로 일어나 울어대고, 그 와중에 또 산모는 식사를 해야 하고, 여기에 각종 돌발상황까지. 미리 계획하고 스케줄을 짜기 좋아하는 나에게도 참 각이 안나오는 현실이었다.
생각해보면 임신 그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무모한 도전"인 것 같다. 그런데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이 수많은 사람들도 다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거쳐 길러졌을 것 아닌가? 어짜피 인생은 그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다. 나와 나나는 이러한 도전을 통해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호빵이의 부모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두려움은 역시 경제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주거 문제. 요즘은 일자리는 하늘이 정해주는 거라 생각하고 운명에 몸을 맡길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당장 한국에 취직이 될지 미국에 취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는 내년 이맘때 어딘기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에 앞서 어떻게라도 취직을 해야 할텐데 하는. 이것은 하나의 목표의식이기도 하지만 부담감이기도 하다.
하아... 사실 미리 생각해봤자 머리만 복잡한 일들. 오늘도 호빵이 숨소리 듣고 나나에게 순두부찌개나 잘 끓여줘야겠다. ㅋㅋ
어제 나나가 육아에 대한 짤막한 글을 퍼다 주었다. 결론이 엉뚱하게 "아기를 낳자"는 식으로 난 글이라 좀 못마땅했지만 출생후 첫 수개월의 노동강도를 알려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글이었다. 두 시간마다 깨워서 수유하고 수시로 하루 열 번 기저귀 갈고, 씻기고, 그 와중에 수시로 일어나 울어대고, 그 와중에 또 산모는 식사를 해야 하고, 여기에 각종 돌발상황까지. 미리 계획하고 스케줄을 짜기 좋아하는 나에게도 참 각이 안나오는 현실이었다.
생각해보면 임신 그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무모한 도전"인 것 같다. 그런데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이 수많은 사람들도 다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거쳐 길러졌을 것 아닌가? 어짜피 인생은 그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다. 나와 나나는 이러한 도전을 통해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호빵이의 부모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두려움은 역시 경제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주거 문제. 요즘은 일자리는 하늘이 정해주는 거라 생각하고 운명에 몸을 맡길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당장 한국에 취직이 될지 미국에 취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는 내년 이맘때 어딘기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에 앞서 어떻게라도 취직을 해야 할텐데 하는. 이것은 하나의 목표의식이기도 하지만 부담감이기도 하다.
하아... 사실 미리 생각해봤자 머리만 복잡한 일들. 오늘도 호빵이 숨소리 듣고 나나에게 순두부찌개나 잘 끓여줘야겠다. ㅋㅋ
2015년 8월 19일 수요일
튼살 크림과 딸랑이
나나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서 살 트는 것이 걱정이다. 당장 배가 간질간질하다는 나나. 그래서 며칠 전에 클라란스가 좋다는 나나 말을 듣고 클라란스 임산부 세트를 여기저기 알아보았고 이렇게 내가 서두른 덕에!! 클라란스 쿠폰을 늦지 않게 적용받고 할인가격에 클라란스 튼살 크림 세트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보너스로 토끼 모양의 아기 딸랑이가 껴 있었고, 그것을 나나가 딸랑딸랑 흔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가 처음 구입(?)한 호빵이의 장난감. 이 딸랑이를 새로 태어난 호빵이에게 흔들어줄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감격스러워진 것이다. 이렇게 나나 배속에 있는 호빵이는 문득문득 일상 속의 나에게 다가온다. 앞으로 장만하게될 호빵이 용품들을 살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들까? 호빵이가 내게 배시시 웃음을 지을 때 난 얼마나 행복할까? 호빵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임신에 대한 가장 큰 고정관념이자 편견은 임산부가 뱃속의 아이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준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태교'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이 더해져 임산부들은 어느새 아이의 생성에 절대적인 책임을 지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짜피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할 산모들에게 이러한 짐은 실로 부당하다. 아기가 건강히 자라려면 산모가 우선 행복해야 함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까먹는다.
그런데 여기에 보너스로 토끼 모양의 아기 딸랑이가 껴 있었고, 그것을 나나가 딸랑딸랑 흔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가 처음 구입(?)한 호빵이의 장난감. 이 딸랑이를 새로 태어난 호빵이에게 흔들어줄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감격스러워진 것이다. 이렇게 나나 배속에 있는 호빵이는 문득문득 일상 속의 나에게 다가온다. 앞으로 장만하게될 호빵이 용품들을 살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들까? 호빵이가 내게 배시시 웃음을 지을 때 난 얼마나 행복할까? 호빵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임신에 대한 가장 큰 고정관념이자 편견은 임산부가 뱃속의 아이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준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태교'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이 더해져 임산부들은 어느새 아이의 생성에 절대적인 책임을 지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짜피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할 산모들에게 이러한 짐은 실로 부당하다. 아기가 건강히 자라려면 산모가 우선 행복해야 함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까먹는다.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두 번째 검진
오늘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런 날은 나도 꿈을 꾼다. 사람이 많이 나오는 꿈. 왁자지껄하고, 무슨 수련회같은 분위기에 사람들과 여러 가지 감정들을 주고 받고. 뭐 아무튼 나쁜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전에 나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즐기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다. 지난 번 MaterniT21 테스트 결과가 나왔는데 산모한테만 직접 결과를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자고 있는 나나를 깨울 수는 없었고 그냥 이따가 닥터 만나는데 그 때 얘기할 거라고 말해줬다. 혹시나 하는 나의 걱정을 목소리로 읽었는지 그 쪽에서는 나쁜 소식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 일단 이 테스트 결과는 좋구나. 그리고 당연히도 아이의 성별 정보가 있겠지. 드디어 오늘 딸인지 아들인지 판명나겠구나.
대충 먹고 정확히 한 블럭 떨어진 산부인과로 향했다.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잡고 병원을 찾아 들어가 접수하는 것까지 이제 모든 것이 능숙했다. 내가 또 어리버리 까기 전까지는 ㅋㅋㅋ
닥터 모제스를 만나 처음 한 일은 테스트 결과를 듣는 일이었다. 오늘은 왠지 딱딱한 느낌으로 우리를 대한 닥터 모제스는 우리에게 테스트를 받았는지를 물었고 난 오늘 오전에 전화 받은 얘기를 그대로 해주었다. 실제로 그의 파일에 테스트 결과가 도착해 있었다. 일단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안심했다. 우리 호빵이는 건강한 아이인 모양이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 아이의 성별. 성별을 알고 싶냐고 물어봤다. 우리는 당연히 알고 싶다고 했다. Are you sure?하면서 반문하는 모제스. 당연하지. 우리는 둘다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거든. ㅋㅋㅋ
드디어 moment of truth. 난 딸이었음 좋겠고 나나는 아들이었음 좋겠다고 했다. 지체없이 모제스 입에서 떨어진 소리. It's a boy!
그랬다. 호빵이는 보이였다. 어제부터 우리는 호빵이를 호빵맨으로 부르고 호빵맨 노래도 부르면서 놀았는데 희한하게도 그렇게 호빵이는 'man'이었다.
나나는 기뻐했고 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딸을 간절히 바랐던 나는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오늘 발표 이전에 우리는 다 알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모든 지표들이 다 아들을 가리키고 있었고, 심지어는 오늘 오전 나나가 신기한 꿈을 꾸었다. 나나가 꿈속에서 '남자' 아이들과 물총을 쏘고 과일을 던지며 놀았단다. '물총놀이' 이 얼마나 상징적인가. 0.1 프로의 희망도 갖지 말라는, 딸은 꿈도 꾸지 말라는 하늘의 신호? ㅋㅋ
어쨌든 뭐 그다지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았던 아들 판정. 그렇지만 이제 호빵이가 아들인 건 '기정 사실'이 되었다.
그 다음에 한 일은 나나의 배를 무슨 미니 초음파기 같은 걸로 더듬어서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근데 한참을 초음파기로 찾아도 뭔가 잘 안 찾아지는 느낌. 그래서 포기하고 즉시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지난 번과는 달리 복부 초음파였다. 그만큼 호빵이가 많이 자란 것이다. 오늘도 호빵이 아빠는 어리버리. "니가 불을 담당해"라고 하는 닥터 모제스의 말뜻을 못알아듣고 그냥 형광등 스위치 가서 딱 서버리는 저 담대함 ㅋㅋㅋ
초음파 헤드를 대자마자 호빵이는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지난번보다 훨씬 더 커 있는 호빵이. 무사히 잘 자라고 있는 호빵이한테 고맙고, 하느님께 감사했다.
호빵이는 팔다리, 발가락 손가락까지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다. 얼굴도 물론이었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대놓고 아빠를 닮은 것이 초음파로 확인되었다!! 일단 둥글게 큰 머리와 땡그란 두 눈, 툭 나온 주둥이까지. 정말 누가봐도 내 아들이라는 느낌. 나나한테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닮은 정도가 너무 심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나를 닮았다고 하니까 닥터 모제스 왈. "아냐, 아빠보다 훨씬 귀여운걸!"
이런 날은 나도 꿈을 꾼다. 사람이 많이 나오는 꿈. 왁자지껄하고, 무슨 수련회같은 분위기에 사람들과 여러 가지 감정들을 주고 받고. 뭐 아무튼 나쁜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전에 나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즐기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다. 지난 번 MaterniT21 테스트 결과가 나왔는데 산모한테만 직접 결과를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자고 있는 나나를 깨울 수는 없었고 그냥 이따가 닥터 만나는데 그 때 얘기할 거라고 말해줬다. 혹시나 하는 나의 걱정을 목소리로 읽었는지 그 쪽에서는 나쁜 소식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 일단 이 테스트 결과는 좋구나. 그리고 당연히도 아이의 성별 정보가 있겠지. 드디어 오늘 딸인지 아들인지 판명나겠구나.
대충 먹고 정확히 한 블럭 떨어진 산부인과로 향했다.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잡고 병원을 찾아 들어가 접수하는 것까지 이제 모든 것이 능숙했다. 내가 또 어리버리 까기 전까지는 ㅋㅋㅋ
닥터 모제스를 만나 처음 한 일은 테스트 결과를 듣는 일이었다. 오늘은 왠지 딱딱한 느낌으로 우리를 대한 닥터 모제스는 우리에게 테스트를 받았는지를 물었고 난 오늘 오전에 전화 받은 얘기를 그대로 해주었다. 실제로 그의 파일에 테스트 결과가 도착해 있었다. 일단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안심했다. 우리 호빵이는 건강한 아이인 모양이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 아이의 성별. 성별을 알고 싶냐고 물어봤다. 우리는 당연히 알고 싶다고 했다. Are you sure?하면서 반문하는 모제스. 당연하지. 우리는 둘다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거든. ㅋㅋㅋ
드디어 moment of truth. 난 딸이었음 좋겠고 나나는 아들이었음 좋겠다고 했다. 지체없이 모제스 입에서 떨어진 소리. It's a boy!
그랬다. 호빵이는 보이였다. 어제부터 우리는 호빵이를 호빵맨으로 부르고 호빵맨 노래도 부르면서 놀았는데 희한하게도 그렇게 호빵이는 'man'이었다.
나나는 기뻐했고 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딸을 간절히 바랐던 나는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오늘 발표 이전에 우리는 다 알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모든 지표들이 다 아들을 가리키고 있었고, 심지어는 오늘 오전 나나가 신기한 꿈을 꾸었다. 나나가 꿈속에서 '남자' 아이들과 물총을 쏘고 과일을 던지며 놀았단다. '물총놀이' 이 얼마나 상징적인가. 0.1 프로의 희망도 갖지 말라는, 딸은 꿈도 꾸지 말라는 하늘의 신호? ㅋㅋ
어쨌든 뭐 그다지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았던 아들 판정. 그렇지만 이제 호빵이가 아들인 건 '기정 사실'이 되었다.
그 다음에 한 일은 나나의 배를 무슨 미니 초음파기 같은 걸로 더듬어서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근데 한참을 초음파기로 찾아도 뭔가 잘 안 찾아지는 느낌. 그래서 포기하고 즉시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지난 번과는 달리 복부 초음파였다. 그만큼 호빵이가 많이 자란 것이다. 오늘도 호빵이 아빠는 어리버리. "니가 불을 담당해"라고 하는 닥터 모제스의 말뜻을 못알아듣고 그냥 형광등 스위치 가서 딱 서버리는 저 담대함 ㅋㅋㅋ
초음파 헤드를 대자마자 호빵이는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지난번보다 훨씬 더 커 있는 호빵이. 무사히 잘 자라고 있는 호빵이한테 고맙고, 하느님께 감사했다.
호빵이는 팔다리, 발가락 손가락까지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다. 얼굴도 물론이었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대놓고 아빠를 닮은 것이 초음파로 확인되었다!! 일단 둥글게 큰 머리와 땡그란 두 눈, 툭 나온 주둥이까지. 정말 누가봐도 내 아들이라는 느낌. 나나한테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닮은 정도가 너무 심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나를 닮았다고 하니까 닥터 모제스 왈. "아냐, 아빠보다 훨씬 귀여운걸!"
저번에도 느낀거지만 이 산부인과의 초음파 기계는 참 후지다. 이렇게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출력되어 나오는 그림은 해상도가 너무 낮아서 정확한 형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어쨌든 이것이 오늘 얻은 그림 가운데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이다. 20주에 정밀 초음파를 통해서 호빵이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빵이의 성별을 확인하자마자 우리가 한 일은 아이의 이름을 짓는 일! 우선 영어 이름부터. 이제 생각했던 이름의 범위를 절반으로 좁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남자애 이름은 너무 뻔한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 우리 호빵이는 무슨 이름을 갖고 태어나게 될까? 이름을 빨리 지어주고 싶다.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도 쿨한 영어 이름이어야 한다.
12주를 향해 가고 있으니 이제 나나의 입덧도 좀 좋아졌음 좋겠다.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다고 하는데 구토는 완화되지 않고 있다.
나나와, 그리고 호빵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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