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일 월요일

빕스

입덧하는 산모들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먹어봤던 역사적인 음식들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고 한다. 학창시절 맛있게 먹었던 분식집의 맛이 그리워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어제 밤에 나나는 빕스의 샐러드바, 그 중에서도 연어가 먹고싶다고 했다. 결혼전 데이트하면서 정말 많이 갔던 장소. 한국 가기만 하면 꼭 들러서 샐러드바를 이용했던 장소. 거기서 연어 정말 많이 먹었지. 칵테일 새우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한 접시 가득 잔해만 남은 새우가 아직도 눈앞에 선선하다. 우리는 주로 샐러드바를 많이 이용했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인지라 나중에는 비빔밥과 같은 어르신들이 드실 수 있는 메뉴들이 추가된 걸로 기억한다. 난 항상 그런 촌스런 입맛의 음식만 골라 먹어서 나나가 입맛 한번 되게 시골이라고 늘 놀렸었다.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한국 임산부들은 이게 문제다. 뭘 먹고 싶어도 한국까지 날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빕스가 미국 지점좀 냈으면... 어쨌든 오늘의 미션은 최대한 빕스 연어의 맛을 내는 것이었다. 홀푸즈에서 우리가 가끔 먹었던 훈제 연어를 사고, 양파 잘게 썰어서 얼음물에 담그고 레몬즙 뿌리고 케이퍼 얹고 끝! 래디쉬 소스가 없는 것이 아쉬웠는데, 그것은 빕스가 특제로 만든 거라서 여기서 파는 래디쉬랑은 맛이 다르다고 한다.


비주얼은 영 꽝이네 ㅋㅋ. 훈제연어가 좀 짜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점심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늘은 한국 시간으로 아빠 생일. 전에 계획했던 대로 아빠 생일 선물 겸 나나의 임신 소식을 알렸다. 생일날 아침 댓바람부터 골프를 치러 나간 두 분은 한 세 시간이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바깥이라서 뭔가 부산한 느낌, 계속 끊기는 인터넷 연결 때문에 제대로 충분히 얘기할 순 없었지만 일단 좋은 소식을 전했고 기뻐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미국에 있는 동안 하도 애를 재촉했던 탓에 얄미운 마음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어쨌든 기쁜 소식은 나눌 수록 기쁜 거라고, 얘기를 하고 기뻐하는 음성을 들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엄마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물론 첫 손주를 이미 보긴 했지만 여기 미국에서 태어날 손주도 반가운 소식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드디어 호빵이가 나나의 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 한 번 찡한 감정이 몰려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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