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가 임신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자식을 갖는다면 딸을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만약 호빵이가 아들이라면 상당히 섭섭할 일이긴 하지만.
여자 형제가 없이 자라났고, 그것때문에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나는 어쨌든 딸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요새 추세도 딸바보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어쩌면 자기와 다른 성별의 자식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나나는 아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하도 세상에 딸바보들이 많아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여전히도 아들을 선호하는 남편들이 많다는 사실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최근 나나가 가르쳐준 미국 남편이 쓴 태중일기에 보면 그 남편은 아들을 보고 싶어 했다. 아들이 태어나면 같이 "guy thing"을 할 수 있다나뭐라나. 같이 낚시도 가고 캠핑도 가고, 야구도 보러 가고. 뭐 그런 것이다. 우리도 아들이 태어나면 야구장 buddy가 하나 생기는 셈이니 뭐 나쁘진 않다.
그렇지만 아직 남아선호사상이 서슬퍼렇게 살아 있는 한국에서 남편들이 아들을 원한다고 뻔뻔하게 외쳐대는 일은 참으로 눈꼴사납다. 아마 자신은 남아선호사상이 아니라 그저 개인적 취향이라고 말할 것이지만 과연? 제작년에 우리 이웃으로 이사온 일본인 부부의 남편이 공공연히 아들을 원한다고 해서 대놓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다. 어쨌든 아들을 원하는 남편은 좋게 안보인다.
임신 초기에 입덧 말고 부부의 초미의 관심사는 태중 자식의 성별일 것이다. 우리도 그것이 궁금하다. 호빵이는 딸일까? 아들일까? 여전히 "딸"을 "아들" 앞에 쓰는 걸 보니 난 딸을 선호하는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임신과 관련된 모든 증상이 딸이 아닌 아들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나나는 모든 임산부가 피한다는 고기와 고기국물을 좋아라 한다. 이렇게 고기 craving이 있으면 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 두 사람 사주도 온통 아들이 들었다고 한다. 임신 극초기에 실과 바늘로 보는 최첨단 미신 점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첫째는 아들이라고 나왔다. 둘째는 딸이라고 하는데 현재 둘째까지는 전혀 엄두가 안난다.
이렇게 모든 지표들이 딸이 아닌 아들을 가리키고 있다. 장모님도 거의 아들을 확신하시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민간 신앙(?)보다는 과학을 믿어보련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ㅋㅋㅋ 물론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한다. 누가 나오든 상관없이 귀엽고 예쁠 것이라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설사 아들이 태어난다고 해도 내가 안이뻐할까? 어쨌든 딸이건 아들이건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이니 감사하게 받아들이련다. 그저 무탈하게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나중에 호빵이가 아들로 태어나 자라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길. 그래도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했잖니? ㅋㅋㅋ
어제는 큰 소리 내서 미안하다 호빵아. 이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앞으로 좋은 소리만 너에게 들려줄게. 엄마한테도 내 미안함을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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